바보 노무현 short call 2009/05/24 18:54
최근 2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나 자신'을 지켜내며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상식의 선에서 인정받아 마땅할 작은 가치들도 쉽게 부정당하기 일쑤였고, 사람들의 입놀림 속에 가벼이 떠다니는 말들이 상처가 될 때도 있었다. 더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저 작은 소란을 만들어 내는 것도 싫어서 그 생각들에 손을 들어주기도 하고, 생각없이 현실에 안주하려 했던 몹쓸 안정지향성이었다. 매순간 생각하며 살지 못하고, 생각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자가 반성 또한 습관이 되었었다. 그래 참, 살기가 만만치 않았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가,
바보 노통의 갑작스런 소식을 듣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이 포괄적 뇌물죄에 대한 죄가 있든 없든, 그와 연관해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자기가 지키려고 했던 가치에 끝내는 지울 수 없는 흠집이 생겨버렸다는 것, 권력도 부도 그 아무것도 없었던 노무현이 맨몸뚱이로 발버둥을 쳐봤자 끝끝내 그 하나가 발목을 잡아 끌어당겨 비통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사실이 참...'누구는 권력과, 비리로 축적한 부 뒤에 숨어 자기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잘만 살아가는데'하며 치고 올라오는 억울함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 자리에 있는 동안 이제 정말 바보천치가 됐구나도 싶었고, 그래서 욕도 많이 했고 그랬지만, 이 죽음 앞에서는 어떤 평가를 내려야할 지 모르겠는 심정이다. 과연 죽을 만한 죄를 지었는가, 무엇이 그를 절벽 밑으로까지 밀어냈던가, 그가 일생 추구했던 그 작지만 지켜내기 어려웠던 가치 하나를 끝내 놓아버린 것에 대한 스스로 내린 단형이었던가.
일년 남짓한 새에 참 많은 이들이 스러져갔다. KBS 정연주 사장을 시작으로 최근에 황지우 한예종 총장까지도, 심지어 스스로를 던져버린 황석영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목숨이 스러지는 일까지 생기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무려 싸움꾼 바보 노무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난 참 잔인하고 어리석게도 재밌는 싸움을 구경해볼 요량이었다. 그래, 바람은 싸우고 또 싸워 결국 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주길 바랬다.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실정은 했을망정, '불의에 타협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는 그의 말을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랬다.
앞선 이야기와는 별개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정치적인 감정으로 한 사람의 죽음 앞에 드는 서늘함과 눈물이 있다. '손녀와 자전거 산책'이란 제목의 UCC를 보고 있는데 마음이 참 쓸쓸하다. '손이 차바서 어떡하지'라고 걱정해주며 휴지로 돌돌말고, 얼어 있는 쮸쮸바를 주먹으로 쾅쾅쳐서 깨주는 할아버지라니, 이제 따라갈 할아버지가 없어서 어쩌누.
그리고 허지웅의 글을 링크 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세상'
이 와중에 이명박 정부는 '경찰 정부'답게 추모행렬에 맞서 물대포를 대기 시켰다. 이번 여름도 뜨겁게 달아오르려나.
















